1685년, 두 달 간격으로 두 아기가 태어났다. 3월에 독일 아이제나흐에서 요한 세바스찬 바흐가, 2월에 독일 할레에서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이. 그리고 그보다 7년 전, 베네치아에서는 안토니오 비발디가 이미 세상에 와 있었다.
세 사람은 평생 서로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들은 같은 시대의 공기를 호흡했고, 같은 악기로 같은 형식의 음악을 썼다. 그런데 그들의 음악은 왜 이토록 다르게 들릴까?
바흐: 신을 위한 건축가

바흐의 악보 끝에는 항상 같은 글씨가 적혀 있다. “S.D.G.” — Soli Deo Gloria,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세속 음악이든 종교 음악이든, 심지어 커피를 찬양하는 세속 칸타타에도 그랬다.
바흐에게 음악은 기도였다. 그는 교회 오르가니스트로 일하며, 매주 새로운 칸타타를 작곡해야 했다. 300곡이 넘는 칸타타, 수백 개의 코랄 전주곡. 그 모든 것이 예배를 위한 것이었다.
“음악의 유일한 목적은 신의 영광과 영혼의 위안이어야 한다. 이것을 명심하지 않으면, 진정한 음악은 없고 악마적인 소란만 있을 뿐이다.”
바흐의 푸가를 들어보면 이해가 된다. 하나의 주제가 등장하고, 그것이 다른 성부에서 반복되고, 변형되고, 얽히면서 거대한 음악적 건축물이 완성된다. 마치 고딕 대성당처럼. 모든 것이 수학적으로 정밀하고, 동시에 신비롭다.
생전에 바흐는 그리 유명하지 않았다. 그는 평생 독일을 벗어나지 않았고, 시골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 조용히 살았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죽은 지 100년이 지나 다시 발견되었고, 지금은 ‘음악의 아버지’라 불린다.
헨델: 무대의 마에스트로

헨델은 바흐와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다. 바흐가 교회에 머물렀다면, 헨델은 세계를 돌아다녔다. 이탈리아에서 오페라를 배우고, 영국으로 건너가 왕실 작곡가가 되었다.
그는 타고난 사업가였다. 자신의 오페라 극단을 운영하고, 티켓을 팔고, 흥행에 실패하면 새로운 전략을 짰다. 오페라가 인기를 잃자 오라토리오로 전환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메시아다.
“나는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고 싶다.”
메시아의 ‘할렐루야’ 합창을 처음 들었을 때, 영국 왕 조지 2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음악에 압도되어 저절로 몸이 일어난 것이다. 이후 관객들도 따라 일어나는 것이 전통이 되었다.
헨델의 음악은 화려하다. 트럼펫이 울리고, 합창이 터지고, 드라마가 있다. 바흐가 명상적이라면, 헨델은 극적이다. 바흐가 기도한다면, 헨델은 선포한다. 같은 신을 노래하지만, 방식이 다르다.
비발디: 붉은 머리의 사제

비발디는 사제였다. 하지만 그는 미사를 집전하지 않았다. 공식적인 이유는 천식 때문이었지만, 사람들은 수군댔다. 그가 미사 중에 악상이 떠오르면 제단을 뛰쳐나가 악보에 적었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베네치아의 고아원에서 음악을 가르쳤다. 버려진 소녀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그녀들을 위해 협주곡을 썼다. 그 고아원 오케스트라는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앙상블이 되었고, 왕족들이 베네치아를 방문하면 꼭 들르는 명소가 되었다.
“나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도 협주곡을 더 빨리 작곡할 수 있다. 필사자가 그것을 베끼는 것보다.”
비발디는 500곡이 넘는 협주곡을 썼다. 너무 많이 쓴 나머지, 비평가들은 그가 “같은 협주곡을 500번 썼다”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사계를 들어보라. 봄의 새소리, 여름의 폭풍, 가을의 수확, 겨울의 추위. 그 묘사가 얼마나 생생한지.
비발디의 음악에는 이탈리아의 햇살이 있다. 바흐의 치밀함도, 헨델의 장엄함도 아닌, 순수한 에너지와 색채. 그의 바이올린은 노래하고, 춤추고, 웃는다.
세 개의 우물, 하나의 하늘
바흐는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에서, 헨델은 런던의 화려한 극장에서, 비발디는 베네치아의 운하 옆 고아원에서 음악을 만들었다.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살았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을 나란히 들어보면 이상한 공통점이 느껴진다. 세 사람 모두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 했다. 바흐는 수학적 완벽함으로, 헨델은 드라마적 승화로, 비발디는 자연의 생명력으로.
바로크 음악이란 결국 이런 것이 아닐까.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을 향해 음표를 쌓아 올리는 것. 방법은 달랐지만, 세 사람 모두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저녁,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시작해서, 헨델의 수상음악을 지나, 비발디의 사계로 마무리하는 여정을.
추천 감상곡
-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토카타와 푸가 D단조,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 헨델: 메시아 ‘할렐루야’, 수상음악,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
- 비발디: 사계, 글로리아 D장조,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A단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