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후반, 유럽의 음악 수도 빈. 이 도시에서 세 명의 천재가 만났다. 그들은 스승과 제자로, 선배와 후배로, 때로는 경쟁자로 서로를 자극했고, 함께 ‘고전파’라 불리는 음악의 황금기를 완성했다.
하이든은 형식을 창조했다. 모차르트는 그 형식에 신의 손길을 더했다. 베토벤은 형식을 부수고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세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계보가 아니었다. 음악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바톤 터치였다.
하이든: 교향곡의 아버지

요제프 하이든은 30년간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궁정 악장으로 일했다. 매일 연주회가 열렸고, 매주 새로운 곡이 필요했다. 이 환경이 하이든을 단련시켰다. 그는 104개의 교향곡, 68개의 현악 4중주, 수십 개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교향곡이라는 장르는 하이든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하이든은 그것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4악장 구조, 소나타 형식, 주제의 발전. 우리가 ‘고전 음악’이라고 부를 때 떠올리는 모든 것을 하이든이 정립했다.
“나는 세상과 격리되어 있었기에 독창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나를 헷갈리게 하거나 괴롭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이든의 음악은 우아하고 유머러스하다. ‘놀람’ 교향곡에서 그는 졸고 있는 관객을 깨우기 위해 갑작스러운 포르티시모를 넣었다. ‘고별’ 교향곡에서는 연주자들이 한 명씩 무대를 떠나게 하여 귀족에게 휴가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진지함과 장난기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음악이었다.
모차르트: 신이 보낸 천재

1781년, 스물다섯 살의 모차르트가 빈에 도착했다. 그는 이미 유럽 전역에서 신동으로 알려져 있었다. 네 살에 피아노를, 다섯 살에 작곡을 시작한 아이. 하이든은 이 젊은 천재를 만나고 그의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신 앞에서, 그리고 정직한 인간으로서 말씀드립니다. 당신의 아들은 제가 아는 한 가장 위대한 작곡가입니다.”
하이든이 형식을 만들었다면, 모차르트는 그 안에 영혼을 불어넣었다. 그의 음악은 완벽했다. 단 하나의 음표도 더하거나 뺄 수 없었다. 아인슈타인은 “모차르트의 음악은 너무나 순수해서 우주의 내면적 아름다움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마술 피리’.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등장인물들에게 진정한 인간성을 부여했다. 그 전의 오페라가 신화적 영웅들의 이야기였다면,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사랑하고 질투하고 용서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서른다섯에 세상을 떠났다. 가난과 질병 속에서, 미완성 레퀴엠을 남긴 채. 음악사의 가장 비극적인 ‘만약’이 여기 있다. 그가 하이든만큼 오래 살았다면, 음악은 어디까지 갔을까?
베토벤: 형식을 부순 혁명가

1792년, 스물두 살의 베토벤이 본에서 빈으로 왔다. 모차르트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베토벤은 하이든에게 작곡을 배웠지만, 그들의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하이든은 베토벤의 재능을 인정했지만, 그의 거친 성격과 급진적인 음악에 당황했다.
베토벤은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완성한 고전적 형식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그는 그 형식 안에 머물지 않았다. 교향곡 3번 ‘영웅’은 이전의 어떤 교향곡보다 길고 복잡했다. 교향곡 9번에서 그는 합창을 도입하여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다.
“규칙? 규칙은 내가 만든다. 그리고 내가 부순다.”
청력을 잃어가면서도 베토벤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음악은 더 깊어졌다. 후기 현악 4중주와 피아노 소나타들은 당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 음악은 미래를 향해 있었다. 낭만주의의 문을 열고, 현대 음악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빈의 유산
세 사람의 관계는 음악사에서 유일무이하다. 하이든은 모차르트를 인정했고, 모차르트는 하이든에게 현악 4중주를 헌정했다. 하이든은 베토벤을 가르쳤고, 베토벤은 하이든에게 피아노 소나타를 헌정했다. 경쟁이 아닌 존경으로 이어진 계보였다.
하이든은 건축가였다. 튼튼한 구조를 세웠다. 모차르트는 시인이었다. 그 구조 안에 아름다운 언어를 채웠다. 베토벤은 혁명가였다. 구조를 확장하고 변형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오늘날 클래식 음악 연주회의 단골 레퍼토리는 대부분 이 세 사람의 작품이다. 그들이 남긴 교향곡, 협주곡, 소나타, 실내악은 200년이 넘는 시간을 버텨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버틸 것이다. 인간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한.
오늘, 빈 고전파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하이든의 교향곡 94번 ‘놀람’으로 시작해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지나,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으로 마무리하는 여정을.
추천 감상곡
- 하이든: 교향곡 94번 ‘놀람’, 교향곡 104번 ‘런던’, 현악 4중주 Op.76 No.3 ‘황제’
-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피아노 협주곡 21번, 레퀴엠 K.626
-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교향곡 9번 ‘합창’,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