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되었다. 빅뱅의 잔광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그 직전까지 많은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시작을 가졌다는 주장을 불편하게 여겼다 — 과학이 다루기에 너무 신학적인 영역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명의 이론물리학자가 그 불편함에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스티븐 호킹, 로저 펜로즈, 스티븐 와인버그. 이들은 우주의 탄생을 수학으로 증명하고, 기술하고, 재구성했다.
세 사람의 접근 방식은 달랐다. 펜로즈는 기하학과 위상수학으로 특이점의 불가피성을 증명했고, 호킹은 그것을 시간의 시작으로 해석하면서 양자역학의 언어를 끌어들였으며, 와인버그는 빅뱅 이후 단 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원소가 탄생하는 과정을 핵물리학으로 정밀하게 재구성했다. 세 가지 시선이 겹쳐서야 비로소 우리는 우주의 탄생에 대해 “계산된 이해”를 갖게 되었다.
빅뱅 우주론의 결정적 순간들
로저 펜로즈: 특이점의 불가피성을 증명한 기하학자

로저 펜로즈는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다. 정확히는 그 둘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람이다. 그는 불가능한 도형을 그리고 (펜로즈 삼각형), 비주기적 타일링을 발견하며(펜로즈 타일), 이 모든 기하학적 직관을 블랙홀과 우주론으로 가져왔다. 1965년, 펜로즈는 역사적인 논문 한 편을 발표했다. 단 두 쪽 남짓의 논문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증명은 물리학의 지평을 바꾸었다.
핵심 주장은 이렇다: 물질이 충분히 압축되면,시공간의 특이점은 수학적으로 불가피하다.즉, 블랙홀의 중심에는 일반상대성이론의 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밀도 무한대의 점이 반드시 존재한다. 이전까지 많은 물리학자들은 특이점이 지나치게 이상화된 대칭 조건에서만 나타나는 수학적 인공물이라고 여겼다. 펜로즈는 위상수학의 도구, 특히 ‘갇힌 면’(trapped surface) 개념을 이용해 그 믿음을 무너뜨렸다. 대칭성과 무관하게, 특이점은 피할 수 없다.
“의식은 고전 물리학도, 순수한 양자역학도 아닌 무언가에서 온다. 우리는 아직 그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했다.”
— 로저 펜로즈
펜로즈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블랙홀에 대한 증명이 우주 전체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직감했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팽창하는 우주는 수축하는 물질과 구조적으로 같다. 그렇다면 우주의 ‘시작점’도 특이점일 수 있다. 이 직관을 수학적으로 완성한 것은 케임브리지의 젊은 대학원생이었다.
스티븐 호킹: 시간에 시작이 있음을 증명한 자

1963년, 스물한 살의 스티븐 호킹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진단을 받았다. 의사들은 2년을 예측했다. 그는 55년을 더 살았다. 그 기간 동안 그는 현대 우주론에서 가장 중요한 정리들을 여럿 증명했다 — 처음에는 손으로, 나중에는 눈으로, 마침내는 뺨의 근육 하나로.
호킹의 박사논문 주제는 우주론의 특이점이었다. 펜로즈의 블랙홀 특이점 정리를 접한 호킹은 그 논리를 시간축 반대 방향으로 적용했다. 팽창하는 우주를 역방향으로 추적하면, 우주 전체가 한 점에서 시작했어야 함을 증명할 수 있었다. 1970년, 호킹과 펜로즈는 공동논문을 발표했다.시간의 시작점은 수학적으로 불가피하다.이것이 ‘호킹-펜로즈 특이점 정리’다.
하지만 호킹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일반상대성이론만으로는 특이점 자체를 설명할 수 없다. 플랑크 규모에서는 양자역학이 지배한다. 호킹은 이 두 이론을 연결하려 시도했다. 1974년, 그는 블랙홀이 완전히 검지 않다는 것을 보였다. 양자 효과에 의해 입자가 방출된다 — ‘호킹 복사’다. 이 발견은 열역학, 양자역학, 중력을 하나의 수식 안에 엮는 최초의 성공이었다. 호킹 복사는 아직 관측되지 않았지만, 이론물리학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정식 중 하나로 꼽힌다.
“시간이 공간과 다르지 않다면, 우주에 시작과 끝을 묻는 것은 북극에서 북쪽을 묻는 것과 같다.”
— 스티븐 호킹, 《시간의 역사》
1988년 출판된 《시간의 역사》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세계를 강타했다. 전문 물리학 서적이 237주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수식이 한 페이지당 판매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편집자의 조언에 따라 호킹은 수식을 단 하나만 남겼다. E=mc². 이 책은 과학을 일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가능함을, 아니 독자들이 그것을 원하고 있었음을 증명했다.
스티븐 와인버그: 최초의 3분을 재구성한 입자물리학자
Steven Weinberg
Steven Weinberg (1933–2021)
1967년, 스티븐 와인버그는 단 네 쪽짜리 논문을 발표했다. “경입자 모형”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처음에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발표 후 1년 동안 단 한 번도 인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5년 뒤 그 논문은 입자물리학의 방향을 바꾼 논문으로 재발견되었고, 와인버그는 197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 논문은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하나의 수학적 틀로 통합한 ‘전약이론’의 토대였다.
하지만 대중에게 와인버그의 이름을 알린 것은 1977년 출판된 《최초의 3분(The First Three Minutes)》이었다. 제목이 말해주는 대로, 이 책은 빅뱅 후 3분 17초 동안 우주에서 일어난 일을 거의 초 단위로 재구성한다. 온도 10¹⁰켈빈에서 시작해 쿼크와 글루온이 결합하여 양성자와 중성자를 만들고, 그것들이 결합하여 수소와 헬륨 핵이 형성되는 과정 —핵합성(nucleosynthesis)의 전 과정을 수식과 에세이로 동시에 담아냈다.
“우주를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우주는 더욱 무의미해 보인다.”
— 스티븐 와인버그, 《최초의 3분》
이 문장은 종종 오해를 받는다. 와인버그는 허무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우주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로, 삶을 비극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지식 자체가 의미라는 선언이었다. 와인버그는 2021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강의하고 글을 썼다. 마지막 논문은 그가 죽기 며칠 전 완성되었다.
세 개의 렌즈, 하나의 우주
| 구분 | 로저 펜로즈 | 스티븐 호킹 | 스티븐 와인버그 |
|---|---|---|---|
| 핵심 도구 | 위상수학·기하학 | 일반상대성론 + 양자역학 | 입자물리학·핵물리학 |
| 핵심 질문 | 특이점은 불가피한가? | 시간은 시작이 있는가? | 빅뱅 직후 무슨 일이? |
| 주요 업적 | 블랙홀 특이점 정리 | 호킹-펜로즈 정리, 호킹 복사 | 전약이론, 최초의 3분 |
| 대중화 | 《황제의 새 마음》 | 《시간의 역사》 | 《최초의 3분》 |
세 사람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우주의 시작에 접근했지만, 그 결론은 하나로 수렴한다. 우주는 시작을 가졌다. 그 시작은 관측 가능하고, 계산 가능하며, 이해 가능하다. 펜로즈가 “시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면, 호킹은 “그 시작이 어떤 구조인지”를 기술했고, 와인버그는 “그 직후 3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재현했다.
흥미로운 것은 세 사람이 우주의 시작이라는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달랐다는 점이다. 와인버그는 이 발견이 오히려 우주의 ‘무의미함’을 드러낸다고 보았다. 호킹은 “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펜로즈는 의식이야말로 우주론보다 더 깊은 수수께끼라고 생각했다. 같은 계산을 하면서, 세 사람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케임브리지의 연구실에서 호킹이 전동 휠체어로 칠판 가까이 다가가는 동안, 옥스퍼드의 펜로즈는 종이 위에 불가능한 도형을 그리고, 텍사스의 와인버그는 빅뱅 후 0.01초에 우주의 온도가 몇 켈빈이었는지를 계산했다. 세 개의 창문, 하나의 우주.
대표 저작 및 업적
- 로저 펜로즈: 블랙홀 특이점 정리(1965), 펜로즈 타일링, 《황제의 새 마음》(1989), 노벨 물리학상(2020)
- 스티븐 호킹: 호킹-펜로즈 특이점 정리(1970), 호킹 복사(1974), 《시간의 역사》(1988), 《위대한 설계》(2010)
- 스티븐 와인버그: 전약이론(1967), 《최초의 3분》(1977), 《꿈의 최종이론》(1993), 노벨 물리학상(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