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11월 26일, 뉴욕 WOR 스튜디오. 알토 색소폰을 든 스물다섯 살의 찰리 파커가 ‘Ko-Ko’를 녹음한 그날, 재즈는 더 이상 같은 음악이 아니었다. 그날 이후 정확히 25년 동안, 세 명의 흑인 연주자가 미국 음악의 문법을 세 번 다시 썼다. 찰리 파커,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그들이 발명한 것은 단순히 새로운 곡이 아니었다 — 즉흥이라는, 그 자리에서 작곡하는 음악의 언어 그 자체였다.
세 사람의 접근은 달랐다. 파커는 코드 위로 새로운 음들을 폭격하듯 쏟아부었고, 마일스는 음을 빼서 침묵을 음악으로 만들었으며, 콜트레인은 한 음 한 음을 신을 향한 기도로 바꾸었다. 비밥(Bebop) → 쿨/모달(Cool/Modal) → 프리/스피리추얼(Free/Spiritual). 단 25년 사이, “즉흥의 언어는 세 번 진화했다.”
모던 재즈의 결정적 순간들
찰리 파커: 코드 위에 새로운 어휘를 쏟아부은 자
Charlie Parker
Charlie Parker (1920–1955)
찰리 파커는 1920년 캔자스 시티에서 태어났다. 열다섯 살에 처음 올라간 잼 세션에서, 다른 연주자들은 그를 무대에서 비웃으며 쫓아냈다. 드러머가 심벌즈를 그의 발 아래로 던진 것이 신호였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파커는 농가 헛간에 틀어박혀 하루 11시간씩 알토 색소폰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4년 뒤, 그는 어떤 키에서든, 어떤 코드 진행 위에서든, 누구도 들어본 적 없는 멜로디를 즉석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연주자가 되었다.
파커가 발명한 비밥(Bebop)은 단순한 새 장르가 아니었다. 그것은 즉흥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새로운 정의였다. 기존 스윙 시대의 솔로는 익숙한 멜로디를 변주하는 것이었다. 파커는 코드의 모든 음 — 9th, 11th, 13th, 그리고 그 사이의 반음들까지 — 를 멜로디 재료로 사용했다. 그는 코드를 듣지 않고, 코드 안에 갇혀 있던 음들을 풀어주었다.1945년에 녹음한 ‘Ko-Ko’는 분당 300비트로 달리며, 코드 변화 위에서 거의 따라잡을 수 없는 새 멜로디를 만들어낸다. 음악평론가들은 처음에 그것을 “음악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음악은 당신의 경험, 당신의 생각, 당신의 지혜다. 그것을 살지 않으면, 당신의 악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 찰리 파커
파커는 천재이자 비극이었다. 열일곱 살에 헤로인을 시작했고, 평생 중독과 싸웠다. 1955년 3월 12일, 그는 친구의 호텔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돌연사했다. 34세였다. 검시관은 시신을 보고 그의 나이를 53세로 추정했다고 한다. 그가 남긴 정규 녹음은 9년 분량에 불과하지만, 그 짧은 시기가 모든 현대 재즈의 시작점이 되었다. 그가 죽은 뒤 뉴욕 거리에는 “Bird Lives”라는 낙서가 며칠 만에 퍼졌다 — 새는 살아있다.
마일스 데이비스: 음을 빼서 공간을 만든 자
Miles Davis
Miles Davis (1926–1991)
마일스 데이비스는 1944년 뉴욕에 도착해 즉시 찰리 파커의 그늘에 들어갔다. 열여덟 살의 그는 파커의 5중주에서 트럼펫을 불며 비밥을 배웠지만, 곧 자신이 파커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커처럼 음을 쏟아붓는 대신, 마일스는 정반대 방향으로 갔다 — 음을 뺐다. 한 음 한 음 사이의 침묵이 그의 음악이 되었다.
1949년부터 마일스는 ‘Birth of the Cool’ 세션을 진행했다. 비밥의 격렬한 속도 대신 차가운 우아함, 음 하나하나가 들리는 여백, 클래식의 화성을 도입했다. 이것이 ‘쿨 재즈(Cool Jazz)’의 탄생이다. 그러나 마일스의 진정한 혁명은 1959년에 왔다. ‘Kind of Blue’ — 단 두 번의 세션, 거의 리허설 없이 녹음된 이 앨범은, 코드 진행 대신 모드(scale)를 기반으로 즉흥하는 ‘모달 재즈(Modal Jazz)’를 정립했다.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주되지 않은 음들이다.”
— 마일스 데이비스
‘Kind of Blue’에는 존 콜트레인이 테너 색소폰으로 참여했다. 코드의 굴레에서 풀려난 즉흥은 끝없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 앨범은 지금까지 재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남아있다. 마일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1969년 ‘In a Silent Way’, 1970년 ‘Bitches Brew’에서 그는 록과 펑크의 리듬을 끌어들여 ‘퓨전(Fusion)’을 만들었다. 평생 다섯 번 이상 자신의 음악을 다시 썼다. 그는 말했다. “나는 음악을 바꾸지 않는다. 그저 음악이 어디로 가는지를 따라간다.”
존 콜트레인: 즉흥을 기도로 바꾼 자
John Coltrane
John Coltrane (1926–1967)
존 콜트레인은 1955년 마일스 데이비스의 5중주에 합류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마일스의 어떤 그림자에도 만족하지 않았다. 1957년, 콜트레인은 헤로인을 끊고 종교적 각성을 경험했다. 그는 한 전기에서 이렇게 회상한다. “신의 은총으로 나는 깨어났다. 그 순간부터 음악은 나에게 다른 의미가 되었다.” 이후 그의 음악은 영적 탐구가 되었다.
1959년, 콜트레인은 ‘Giant Steps’를 녹음했다. 단 16마디 안에 26번의 코드 변화가 일어나는 이 곡은, 출간된 직후 모든 색소폰 연주자들의 도전 과제가 되었다. 평론가 이라 깃러는 콜트레인의 즉흥을 ‘음표의 시트(sheets of sound)’라 불렀다. 한 비트 안에 너무 많은 음표를 욱여넣어, 마치 종이 위에 잉크를 쏟아붓는 듯한 연주였다. 파커가 코드 안의 음들을 풀어주었다면, 콜트레인은 그 음들을 폭포처럼 쏟아부었다.
“나는 영적인 음악을 만들고 싶다. 모든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사람들의 영혼을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갈 수 있는 음악을.”
— 존 콜트레인
콜트레인의 정점은 1964년 ‘A Love Supreme’이었다. 4부로 구성된 이 모음곡은 신에 대한 33분의 기도였다. “A love supreme... a love supreme...” 하고 그가 색소폰으로 반복하는 모티프는, 음악이 어떻게 종교 행위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1967년, 콜트레인은 간암으로 40세에 사망했다. 그의 마지막 앨범들 — ‘Ascension’, ‘Meditations’ — 은 거의 들을 수 없는 수준의 음의 폭풍이지만, 동시에 한 인간이 음악을 통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세 개의 즉흥, 하나의 언어
| 구분 | 찰리 파커 | 마일스 데이비스 | 존 콜트레인 |
|---|---|---|---|
| 악기 | 알토 색소폰 | 트럼펫 | 테너·소프라노 색소폰 |
| 핵심 양식 | 비밥 | 쿨, 모달, 퓨전 | 모달, 프리, 스피리추얼 |
| 즉흥의 본질 | 코드의 모든 음 | 음의 절제와 모드 | 영혼의 음표 폭풍 |
| 대표 앨범 | Now's the Time | Kind of Blue | A Love Supreme |
세 사람은 같은 25년을 살며 즉흥의 가능성을 차례로 확장했다. 파커는 즉흥에 새로운 어휘를 부여했고, 마일스는 즉흥의 공간을 넓혔으며, 콜트레인은 즉흥의 깊이를 종교적 차원까지 끌어올렸다. 비밥은 머리로 듣는 음악이고, 쿨/모달은 가슴으로 듣는 음악이며, 콜트레인의 후기 음악은 영혼으로 듣는 음악이다.
흥미로운 것은 세 사람의 운명이다. 파커는 34세에, 콜트레인은 40세에 죽었다. 마일스는 65세까지 살았지만, 그도 평생 마약과 싸웠다. 흑인 음악가들이 미국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그리고 그 압력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음악을 통해 자유를 발명해냈는지를 그들의 짧은 생애가 말해준다.
그들이 발명한 즉흥의 언어는 단지 재즈에만 머물지 않았다. 록, 힙합, 일렉트로닉 — 20세기 후반 모든 대중 음악의 즉흥성은 이 세 사람에게서 시작되었다. 색소폰을 손에 든 한 흑인 청년이 캔자스의 농가 헛간에서 11시간씩 연습하던 그날부터, 음악사는 다시 쓰여지고 있었다.
대표 앨범 및 곡
- 찰리 파커: Ko-Ko (1945), Now's the Time (1945), Bird and Diz (1950), Charlie Parker with Strings (1950)
- 마일스 데이비스: Birth of the Cool (1957), Kind of Blue (1959), Bitches Brew (1970), In a Silent Way (1969)
- 존 콜트레인: Giant Steps (1960), My Favorite Things (1961), A Love Supreme (1965), Ascension (1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