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도널드 저드는 뉴욕을 떠나 텍사스 사막의 작은 도시 마파(Marfa)로 이사했다. 그가 가져간 것은 낡은 헛간 두 채와 한 가지 확신이었다 — 예술은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 벽에 걸린 캔버스가 아니라, 바닥에 서고 공간을 점유하는 물체로서. 그해 뉴욕에서는 댄 플래빈이 형광등 하나를 벽에 기대어 놓고 그것을 조각이라 불렀으며, 솔 르윗은 월드 트레이드 센터 공사장 담벼락에 기하학적 선을 긋는 ‘지시문’을 발표했다. 세 사람 모두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었다. 예술에서 마지막으로 지워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이름부터 거의 자기모순이다. ‘미니멀’한 것이 운동이 되고, 주의(-ism)가 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그러나 1960년대 뉴욕에서 이 운동은 구체적이고 격렬했다. 추상표현주의의 감정적 과잉에 지친 젊은 예술가들은 캔버스를 접고, 붓을 내려놓았다. 저드는 산업용 스틸과 아크릴을, 플래빈은 형광등 튜브를, 르윗은 연필과 잉크를 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지워낸 자리에 남은 것이 바로 미술의 최소 단위였다.
미니멀리즘의 결정적 순간들
도널드 저드: 물체는 스스로 충분하다
Donald Judd
Donald Judd (1928–1994)
1965년, 저드는 미술 잡지 『아트 포럼』에 「특수한 오브제(Specific Objects)」라는 에세이를 발표했다. 그것은 회화와 조각 양쪽 모두를 거부하는 선언문이었다. 회화는 평면 위에 3차원 공간을 환영(illusion)으로 꾸며낸다 — 저드는 그 환영 자체를 거짓으로 보았다. 조각은 전통적으로 인체나 이야기를 재현한다 — 그것도 불필요했다. 그가 원한 것은 오직 물체 그 자체, 아무것도 표상하지 않고 그저 존재하는 것이었다.
저드의 가장 유명한 작품 시리즈 ‘스택(Stack)’은 동일한 크기의 직사각형 상자들을 벽에 수직으로 쌓은 것이다. 상자와 상자 사이의 간격은 상자의 높이와 정확히 같다. 갈바나이즈드 철, 구리, 스테인리스 스틸, 황동 — 재료는 바뀌어도 형태의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저드는 이 상자들을 직접 만들지 않았다. 산업 공장에 설계도를 주고 제작하게 했다. 예술가의 손이 닿지 않은 예술. 그것이 저드의 핵심 제스처였다.
“단순하고 강렬한 형태는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보다 훨씬 강력하다. 그것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말한다.”
— 도널드 저드
저드가 마파로 간 것은 도피가 아니었다. 뉴욕 갤러리 시스템, 전시가 끝나면 창고에 처박히는 작품들, 조명과 배치에 따라 달라지는 감상 — 이 모든 것이 작품을 오염시킨다고 그는 믿었다. 마파의 헛간 두 채를 사들인 저드는 그곳에 100개의 알루미늄 상자를 영구 설치했다. 텍사스의 빛이 계절마다, 시간마다 달리 비추는 그 공간은 저드 사후에도 치나티 재단(Chinati Foundation)으로 남아 있다. 그는 작품을 팔지 않고 공간째로 남겼다. 물체가 스스로 충분하다면, 그것은 영원히 그 자리에 있어야 했다.
댄 플래빈: 빛 자체가 조각이 될 때
Dan Flavin
Dan Flavin (1933–1996)
1963년 5월 25일, 댄 플래빈은 자신의 생일날 하나의 결정을 내렸다. 황색 형광등 하나를 사서, 스튜디오 벽에 45도로 기울여 기대어 놓았다. 그는 그것을 「대각선(The Diagonal of May 25, 1963)」이라고 불렀다. 어떤 조각가도 하지 않은 일이었다 — 조각의 재료로 빛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빛 자체를 조각으로 선언한 것이었다.
플래빈의 선택은 의도적으로 평범했다. 그는 철물점에서 파는 표준 규격 형광등만을 사용했다. 2피트, 4피트, 8피트 — 누구나 살 수 있는 것들. 색상도 형광등 제조사가 만드는 것만 사용했다. 쿨 화이트, 웜 화이트, 핑크, 블루, 옐로우, 그린. 그는 새로운 물질을 발명하지 않았다. 기존의 것을 다르게 놓았을 뿐이다. 1964년 작 〈블라디미르 타틀린을 위한 기념비〉는 러시아 구성주의 건축가에 대한 헌사이자 아이러니다 — 타틀린이 세우려 했던 혁명의 탑을 플래빈은 형광등 몇 개로 암시했다.
“나는 평범한 현상에 관심이 있다 — 형광등이라는 전기 빛. 그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 댄 플래빈
플래빈의 작품이 공간에 미치는 영향은 즉각적이고 압도적이다. 형광등 하나가 방 안에 들어오면 그 빛은 벽을 타고 번지며 공간 전체를 물들인다. 관람자는 오브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오브제가 만들어내는 빛의 분위기 속에 잠긴다. 저드가 물체와 공간의 관계를 탐구했다면, 플래빈은 빛과 공간의 관계를 탐구했다. 흥미로운 것은 플래빈이 자신의 작품을 ‘기념비’라고 부르기를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그 일시성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형광등은 탄다. 교체해야 한다. 그는 말했다. “내 작품은 영원하지 않다. 하지만 그게 문제인가?”
솔 르윗: 아이디어가 예술이 될 때
Sol LeWitt
Sol LeWitt (1928–2007)
솔 르윗은 1967년, 잡지 『아트포럼』에 「개념 미술에 관한 단락들(Paragraphs on Conceptual Art)」을 발표했다. 그 첫 문장은 단호하다. “개념 미술에서 아이디어 또는 개념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다.” 전통적인 예술가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작품을 만든다. 르윗은 반대로 했다 — 아이디어 자체가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르윗의 〈벽 드로잉(Wall Drawing)〉 시리즈는 이 원칙의 극단적 실현이다. 르윗은 지시문을 쓴다. 예를 들어, “검은 잉크로 수평선을 방 전체에 균일한 간격으로 긋되, 천장에서 바닥까지 이어지도록 할 것.” 그 지시문을 받은 다른 사람들 — 갤러리 보조, 학생, 기술자들 — 이 실제로 벽에 선을 긋는다. 르윗은 현장에 없어도 된다. 그가 쓴 문장이 곧 작품이다.그는 이 방식으로 1969년부터 세상을 떠난 2007년까지 1,200여 점의 벽 드로잉 지시문을 남겼다. 작품들은 그가 죽은 후에도 계속 실행된다.
“아이디어는 예술을 만드는 기계다. 그것은 느낌이나 표현과는 무관하다. 아이디어 자체가, 시각적으로 구현되지 않더라도, 완성된 어떤 결과물만큼이나 훌륭한 예술 작품이다.”
— 솔 르윗
르윗의 〈열린 모듈 큐브(Open Modular Cube)〉와 같은 3차원 구조물들은 다른 의미의 단순함을 보여준다. 정육면체는 흰 에나멜 알루미늄 튜브로만 만들어진다. 크기의 변수, 배열의 변수, 개수의 변수만 달라진다. 하나의 원칙에서 무한한 변형이 나온다. 르윗은 그것을 “연속성”이라 불렀다. 한 가지 규칙이 얼마나 많은 세계를 만들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 그것이 그의 미술이었다. 어린 시절 체스터필드(Connecticut)에서 가난하게 자란 르윗이 평생 추구한 것은 누구나 반복할 수 있는 예술 — 민주적이고 투명한 예술이었다.
세 가지 미니멀리즘, 세 가지 질문
| 구분 | 도널드 저드 | 댄 플래빈 | 솔 르윗 |
|---|---|---|---|
| 핵심 재료 | 산업용 금속·아크릴 | 형광등 튜브 | 연필·잉크·알루미늄 |
| 질문 | 물체는 무엇인가? | 빛은 재료인가? | 예술에 손이 필요한가? |
| 핵심 개념 | 특수한 오브제 | 빛의 조각 | 개념으로서의 예술 |
| 대표작 | 스택, 마파 설치 | 블라디미르 타틀린을 위한 기념비 | 벽 드로잉 시리즈 |
| 제작 방식 | 공장에 외주 | 직접 설치 | 지시문으로 위임 |
세 사람의 공통점은 ‘제거’다. 저드는 표현을 제거했고, 플래빈은 물질을 빛으로 환원했으며, 르윗은 예술가의 손을 제거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제거할수록 남는 것이 선명해졌다. 저드의 스틸 박스 앞에서 관람자는 색, 반사, 무게, 공간의 점유라는 가장 물리적인 경험을 한다. 플래빈의 형광등 앞에서 관람자는 빛이 얼마나 강력하게 공간과 감정을 바꾸는지를 깨닫는다. 르윗의 벽 드로잉 앞에서 관람자는 지시문 한 줄이 얼마나 넓은 세계를 열 수 있는지를 본다.
세 사람은 평생 친구이기도 했다. 1960년대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좁은 아파트들에서 서로의 스튜디오를 드나들며, 같은 갤러리에서 전시하며, 서로의 작업을 비판하고 격려했다. 그 우정은 이 운동의 정직성을 만든 요소 중 하나였다 — 서로에게 “이것은 충분히 지워졌는가?”를 물을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미니멀리즘은 결핍의 미학이 아니다. 지워낼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저드, 플래빈, 르윗이 각자의 방법으로 도달한 그 최소 단위 — 물체, 빛, 아이디어 — 는 오늘날에도 예술과 디자인의 언어를 구성하는 뼈대다. 우리가 스마트폰의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아름답다고 느낄 때, 빈 방에서 한 줄기 빛에 감동받을 때, 간결한 문장 하나가 긴 설명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한다고 느낄 때 — 거기에 세 사람의 유산이 있다.
대표 작품
- 도널드 저드: 스택(Stacks, 1965–), 무제 (마파 알루미늄 박스, 1982–1986), 치나티 재단 영구 설치 (마파, 텍사스)
- 댄 플래빈: 대각선 (1963), 블라디미르 타틀린을 위한 기념비 (1964–1990), 무제 (핑크와 골드, 1968), 코너 피스 시리즈
- 솔 르윗: 열린 모듈 큐브 (1966–), 벽 드로잉 시리즈 1호–1,224호 (1969–2007), 5단 피라미드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