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샌프란시스코, 테리 라일리는 악보 한 장을 무대 위에 올려놓았다. 53개의 짧은 음악 단편들 — 연주자는 몇 명이든 상관없고, 악기도 무엇이든 좋다. 각자 자기 속도로 반복하면서 옆 사람과 맞춰가면 된다. 연주 시간은 45분이 될 수도, 세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악보의 이름은 〈In C〉. 이 작품 하나가 서양 음악의 문법을 다시 썼다.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라 새로운 듣기의 방식이라는 것을.
미니멀리즘 음악은 1960년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그 배경에는 유럽 아방가르드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 쇤베르크의 12음 기법, 다름슈타트 학파의 전위음악 — 이 음악들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점점 더 연주자와 청중 모두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라일리, 라이히, 글래스는 각자의 방식으로 반대 방향을 선택했다. 복잡함 대신 단순함을, 불협화음 대신 반복을, 지적 계산 대신 신체적 경험을. 그러나 이 세 사람이 ‘단순함’에서 찾아낸 것은 서로 달랐고, 그 차이 속에 미니멀 음악의 세 가지 얼굴이 있다.
미니멀 음악을 형성한 결정적 순간들
테리 라일리: 문을 연 자
Terry Riley
Terry Riley (1935–)
라일리는 문을 연 사람이다. 그가 〈In C〉를 작곡했을 때, 그는 기존 음악의 규칙을 거의 모두 비틀었다. 지휘자가 없다. 악보는 있지만 연주 순서는 연주자들이 합의한다. 음악의 끝도 연주자들이 결정한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은 언제나 ‘작동’한다 — 어떤 조합으로 연주해도 어딘가에서 박자가 맞고, 화음이 생기고,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이 떠오른다. 라일리는 이것을 ‘프로세스’라고 불렀다.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작곡한 것이다.
라일리의 음악에는 동양적 감각이 짙게 배어 있다. 젊은 시절 인도 힌두스타니 음악을 깊이 공부한 그는 판디트 프람 다스로부터 라가를 사사받았고, 이후 수십 년간 라가 음악과 즉흥연주를 병행했다. 〈A Rainbow in Curved Air〉(1969)는 그 결실이다. 전자오르간과 하프시코드로 직접 연주하고 녹음한 이 작품은, 단 하나의 건반 악기가 만들어내는 소리들이 층층이 쌓이며 색깔을 바꾸는 과정을 담았다. 라일리는 반복이 최면이 아니라 명상임을 증명했다.
“음악은 시간을 조각하는 것이다. 반복은 시간을 천천히 열어, 우리가 보통 지나치는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
— 테리 라일리
라일리의 영향은 록 음악에까지 뻗쳤다. 더 후(The Who)의 피트 타운센드는 〈In C〉를 듣고 영감을 받아 ‘Baba O’Riley’를 작곡했는데, 곡 제목의 ‘Riley’가 바로 테리 라일리를 향한 헌사다. 브라이언 이노 역시 그의 영향을 공언하며 앰비언트 음악의 이론적 토대로 삼았다. 미니멀리즘은 클래식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라일리가 연 문은 어느 방향으로도 통했다.
스티브 라이히: 어긋남이 만드는 패턴
Steve Reich
Steve Reich (1936–)
1965년, 라이히는 우연히 발견했다. 설교자 토머스 브램블의 목소리를 담은 테이프 두 개를 동시에 틀었는데, 두 기기의 속도가 미세하게 달랐다. 처음에는 완벽히 겹쳐 있던 두 소리가 점점 어긋나면서, 메아리가 되고, 캐논이 되고, 다시 전혀 다른 리듬 구조를 만들어냈다가, 결국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이것이 페이징(phasing)의 발견이었다. 라이히는 이 우연을 체계로 만들었다 — 같은 패턴이 미세하게 다른 속도로 겹칠 때 탄생하는 리듬의 수학.
〈Music for 18 Musicians〉(1976)은 라이히 미학의 결정판이다. 열여덟 명의 연주자가 각자 자기 파트를 반복하면서, 그 합이 만들어내는 총체는 어떤 한 사람도 혼자서는 들을 수 없는 것이 된다.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두고 ‘시계장치처럼 정밀하다’고 했지만, 라이히 본인은 ‘맥동한다’는 표현을 더 좋아했다. 기계가 아니라 심장처럼 — 규칙적이지만 살아 있는. 이 75분짜리 작품은 처음 들으면 최면처럼 느껴지다가, 귀가 열리면 수십 개의 리듬 층위가 서로 교차하는 복잡한 구조가 보이기 시작한다.
“내 음악이 점진적으로 변하는 방식은 들으면서 스스로 들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내가 음악에서 원하는 것이다 — 과정이 들리는 음악.”
— 스티브 라이히
라이히는 음악 외적 재료를 도입하는 데도 탁월했다. 〈Different Trains〉(1988)에서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 — 2차 대전 중 뉴욕과 LA를 오간 기차 여행 — 과, 같은 시기 유럽 유대인들이 탔던 수용소행 기차를 나란히 놓는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과 차장들의 육성 인터뷰가 현악 4중주와 뒤섞이면서, 목소리의 멜로디 곡선이 악기의 선율로 옮겨진다. 미니멀리즘은 여기서 도덕적 무게를 얻었다. 반복이 애도(哀悼)의 형식이 된 것이다.
필립 글래스: 반복을 드라마로 만든 자
Philip Glass
Philip Glass (1937–)
1976년 7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전례 없는 공연이 열렸다. 오페라 〈Einstein on the Beach〉 — 상연 시간 4시간 30분, 중간 휴식 없음, 줄거리 없음, 대사 없음. 수학 공식과 숫자 세기, 그리고 글래스의 음악만이 무대를 채웠다. 관객들은 공연 도중 자유롭게 나갔다가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즉각 전설이 되었다. 오페라라는 가장 보수적인 장르에서 모든 관습을 해체한 채로도, 오히려 더 강렬한 경험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글래스의 청년 시절은 고단했다. 파리에서 나디아 불랑제에게 사사하며 작곡 기법을 연마했지만, 미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의 음악을 연주해줄 단체가 없었다. 직접 앙상블을 꾸려 공연했지만 수입은 없었다. 1970년대 초반, 그는 뉴욕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고 배관 공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 시절 한 고객이 알고 보니 음악 평론가였는데, 글래스가 누구인지 알고는 당황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글래스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지금 작곡가이기도 하고 배관공이기도 합니다.”
“나는 음악이 무언가를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음악은 그 자체로 사물이다 — 세계를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는 것.”
— 필립 글래스
세 사람 중 가장 대중적 성공을 거둔 것은 글래스다. 〈Koyaanisqatsi〉(1982)의 영화 음악은 미니멀리즘을 스크린으로 끌어왔고, 〈The Hours〉(2002)와 〈Notes on a Scandal〉(2006)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록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 브라이언 이노와의 협업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 상업적 성공이 일부 비평가들에게는 배신처럼 보였다. 라이히와 라일리는 더 실험적인 방향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세 사람의 노선 차이가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세 가지 반복, 세 가지 문법
| 구분 | 테리 라일리 | 스티브 라이히 | 필립 글래스 |
|---|---|---|---|
| 핵심 기법 | 순환·즉흥·프로세스 | 페이징(위상 이동) | 아르페지오 반복 |
| 반복의 성질 | 명상적·열린 구조 | 수학적·시스템적 | 서사적·점층적 |
| 결정적 영향 | 인도 라가, 재즈 즉흥 | 아프리카 타악기, 가나리듬 | 인도 리듬, 서양 오페라 |
| 대표 장르 | 즉흥·실내악 | 앙상블·다큐멘터리 | 오페라·영화음악 |
| 청중과의 관계 | 참여적·수평적 | 관찰자·과정 추적 | 감정적 몰입 |
세 사람이 ‘반복’에서 찾아낸 것은 결국 다른 종류의 시간이었다. 라일리의 반복은 시간을 흐리게 만든다 — 듣는 동안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게 되고, 그 무지(無知) 속에서 기묘한 평화가 온다. 라이히의 반복은 시간을 가시화한다 — 패턴이 어긋나고 다시 맞물리는 과정이 귀에 들릴 때, 우리는 평소 지각하지 못하는 시간의 구조를 본다. 글래스의 반복은 시간을 쌓는다 — 아르페지오가 켜켜이 층을 이루면서, 음악은 점점 더 커지다가 가장 조용한 지점에서 가장 큰 감정을 건드린다.
미니멀리즘은 종종 ‘아무것도 없는 음악’으로 오해된다. 그러나 라일리의 〈In C〉를 45분 동안 들으면, 처음에는 단순하게 들리던 것이 점차 무수한 세부로 가득해진다. 라이히의 〈Music for 18 Musicians〉를 이어폰으로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뇌가 새로운 리듬 층위를 발견하고 흥분한다. 글래스의 〈Metamorphosis〉를 피아노로 치면, 그 단순한 음형 안에 손가락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깊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순함은 껍데기가 아니라 입구였다.
세 사람은 1960년대에 문을 함께 열었지만, 그 문 너머에서 각자 다른 나라를 발견했다. 라일리는 명상의 나라로 갔고, 라이히는 리듬의 수학 왕국으로 갔으며, 글래스는 감정의 극장으로 갔다. 그러나 그들이 공유한 것은 하나였다 — 반복이 지루함이 아니라 발견이 될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 위에서 서양 음악은 20세기 후반 가장 풍요로운 시간 중 하나를 살았다.
대표 작품
- 테리 라일리: 〈In C〉 (1964), 〈A Rainbow in Curved Air〉 (1969), 〈Shri Camel〉 (1980), 〈The Harp of New Albion〉 (1986)
- 스티브 라이히: 〈It’s Gonna Rain〉 (1965), 〈Drumming〉 (1971), 〈Music for 18 Musicians〉 (1976), 〈Different Trains〉 (1988), 〈Music for Ensemble and Orchestra〉 (2018)
- 필립 글래스: 〈Einstein on the Beach〉 (1976), 〈Glassworks〉 (1982), 〈Koyaanisqatsi〉 (1982), 〈Metamorphosis〉 (1988), 〈The Hours〉 OST (2002)